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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일기] 집단과 개인의 사이에서(D-3)

by FULL OF JOY 202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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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습니다. 

문유석 판사는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이야기 하는데,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가끔씩 조직과 개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한 예로, 어느 하루는 야근을 하느라 저녁 8시에 식사를 시켰는데, 동료와 회사 외부 휴게장소에서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식사가 배달된 줄 모른채,  회사 안으로 들어왔는데 팀장님의 표정이 영 좋지 못한겁니다. 저와 동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에요. 배달이 온 지 10여분 정도 지나있었고, 식사가 왔으면 먼저 식사를 하고 계시면 되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팀장님의 생각은 '함께' 먹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팀장님은 팀워크를 위해 항상 '함께' 먹어야 한다고 점심도 저녁도 팀원들 누구 하나라도 빠지는걸 달가워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개인주의자로서 의문이었습니다. 팀워크를 반드시...출근과 퇴근을 함께하고, 식사를 함께 해야 빌드업 할 수 있는 것인가? 같이 먹기로한 저녁식사지만, 개인사정으로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있고, 잠깐 자리를 비울 수도 있는 것인데 먼저 식사를 시작하면 안되는건가? 

 

단체 행동에서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사유로 빠지게 되면 '눈치'없는 사람이 되거나, 팀장님의 사견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는 참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할일이 모두 끝났는데도 팀장님이 퇴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근을 하지 못했고, 팀장님 보다 일찍 퇴근하고 그 다음날은 하나부터 열까지 꼬투리를 잡혔습니다. 그러나 그 꼬투리도 근거없는 감정적 투정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면서 돌아오는 평가는 '완벽하지 못하다', '책임감이 없다', '사회생활을 못한다' 등등 이었죠. 

 

그래서 "개인주의자 선언"의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구절들이 많았나 봅니다. 

 

이놈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견뎌야 하는 것들이 지긋지긋하게 싫다고 말이다. 눈치와 체면과 모양새와 뒷담화와 공격적 열등감과 멸사봉공과 윗분 모시기와 위계질서와 관행과 관류주의와 패거리 정서와 조폭식 의리와 장유유서와 일사불란함과 지역주의와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제스처와 모난 돌 정맞기와 다구리와 폭탄주와 용비어 천가와 촌스러움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개인주의자 선언" p.9)
한국사회의 윤리관이 현대 민주사회의 시민의식보다는 유교적 가족공동체의 인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는 가족 윤리를 국가와 사회의 기본 윤리로 삼았다. 아비가 극악무도한 죄인일지라도 그것응ㄹ 고발한 자식이 더 큰 죄인이 된다. 군사부일체라 하여 지도자, 스승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순종해야하는 대상이 된다. 윗사람의 허물을 들춰내는 건 그 허물보다 더 큰 잘못이 되고 패륜으로 지탄을 받는다. ("개인주의자 선언" p. 211)

 

팀장님은 지적해도 저는 팀장님의 잘못을 지적할 수는 없었습니다. 팀장님이 실수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언제나 정답이 되어야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집단이 과연 나에게 올바른 요구를 하고 있는게 맞는 것인가? 나의 행동이 정말 집단의 팀워크를 헤치는 것이 맞는가? 이렇게 일하는 것이 정말 효율적인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을 보며 어느정도 제 사회생활이 왜 어려웠는지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직생활은 아직 유교적 가족공동체의 인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에요. 윗사람의 허물을 들춰내는 것은 패륜이고,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제스처를 하지 못했기 떄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난 돌로 찍히고 정을 맞은 것이죠. 

 

어쩌면 대한민국의 사회생활은 과도한 겸손과, 무조건적인 순종과 눈치에 맞는 뒷담화를 적절히 하지 못하면 큰 잘못이 되고 패륜으로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 

 

이렇게 보니 저는 퇴사를 잘 한 셈입니다. 그림자가 드리운 자리에서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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